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프레드릭 백 <일루전>

전승일_애니메이션/전승일_애니 컬럼

by 미메시스TV 2015. 11. 28. 22:34

본문



한국영상자료원 애니메이션 칼럼 원고 (2015. 10. 12)


<일루전 Illusion>

동화 속 은유로 그려낸 환경파괴에 대한 비판


전승일 (독립 애니메이션 감독)





일루션


인간의 보편적이고 이상적인 가치인 진(眞) · 선(善) · 미(美) 가운데 예술이 추구하는 것은 ‘아름다움’일 것이다. 그런데 이 모든 가치의 경지에 도달할 수 있는 예술은 과연 어떠한 것일까? 우리는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을 캐나다를 대표하는 위대한 작가주의 애니메이션 감독 프레데릭 백(Frederic Back)에서 찾을 수 있다.

맑은 물이 흐르고 꽃과 나무들이 아름답게 펼쳐져 있는 어느 마을에서 아이들이 여러 동물들과 어울려 즐겁게 놀고 있다. 어느 날 아이들 앞에 나타난 마법사는 환상적인 마술을 부리기 시작하고, 평화롭고 아름답던 마을은 어느새 사라져버린다. 급기야 마법사가 만든 거대한 회색 건물에 갇힌 아이들은 반복적인 공부와 노동을 하는 부품이 되어 버린다. 하지만 아이들은 결국 마법사를 쫓아내고 허상으로 지어진 건물을 허물고 탈출한다. 그리고 아이들은 다시 자연의 풍요와 평화 속에서 즐겁게 논다.

이 작품은 애니메이션 계의 성인(聖人)으로 불리는 프레데릭 백 감독의 네 번째 단편 애니메이션 <일루전>(1974)으로 환경파괴에 대한 비판과 물질문명의 폐해에 대한 경고를 은유적이고 동화적인 영상으로 그려낸 작품이다. <일루전>은 파리 국제단편영화제, 요크턴 영화제, 테헤란 영화제, 오스트레일리아 애니메이션 영화제 등에서 수상한 바 있다. 



특히 이 작품에서는 특정한 아이를 주인공으로 내세우지 않고 아이들 전체와 마법사를 대립관계로 설정하였고, 내레이션 없이 음악과 음향만을 사용하기도 했다. 간결한 그림체로 표현된 애니메이션의 연출에서도 움직임과 타이밍의 생략과 강조가 돋보이는데, 작품 속에서의 마법사는 바로 인간의 평화로운 삶을 파괴하는 모든 것들에 대한 총체적 은유이며, 아이들은 바로 현재의 우리들의 모습이라고 할 수 있다.

1924년 독일에서 태어난 프레데릭 백은 프랑스에서 미술 공부를 하면서 화가 마튀렝 메위(Mathurin Meheut)의 영향을 받아 자연의 존재 의미와 그 가치에 대한 관찰 및 예술적 표현에 깊은 관심을 갖게 되었으며, 1948년 캐나다로 이주한 후 50~60년대에는 캐나다 국영방송 SRC에서 어린이 프로그램의 미술 파트에서 작업하였다. 그가 애니메이션 작가로 창작활동을 시작한 것은 바로 그곳 SRC에 창설된 애니메이션 파트였는데, 1970년에 만든 단편 애니메이션 <아브라카다브라 Abracadabra>가 그 첫 번째 작품이다.

프레데릭 백은 지금까지 9편의 애니메이션을 만들었는데, 그 가운데 <뚜리엥 Toun Rien>(1980)과 <위대한 강 The Mighty River>(1993)은 아카데미에 노미네이트된 바 있고, <크랙 Crac>(1981)과 <나무를 심은 사람 The Man who Planted Trees>(1987)으로 두 차례나 아카데미에서 최우수 단편 애니메이션상을 수상하였다. 뿐만 아니라 <나무를 심은 사람>과 <위대한 강>은 히로시마, 오타와, 안시 애니메이션 영화제에서 그랑프리를 수상했다. 이 밖에도 그의 영화제 수상경력은 일일이 열거하기 힘들 정도이다.



<위대한 강>은 캐나다 동부에 위치한 세인트로렌스 강의 태초부터 현대에 이르는 장대한 역사를 시적인 아름다움과 다큐멘터리 적인 사실성으로 재현한 서사시(敍事詩)적 역작으로 프레데릭 백 감독이 4년간의 긴 시간을 들여 철저한 취재와 고증에 입각해서 만들어낸 애니메이티드 다큐멘터리 작품이다.

빙하기를 지나 지구에 봄이 오자 아메리카 대륙 북쪽에는 지상에서 가장 큰 강이 생겨난다. 캐나다 퀘벡 주를 가로질러 흐르는 세인트로렌스 강은 자연과 인간이 평화롭게 어우러지며 살았던 곳. 인디언들은 이 강을 ‘맥도구악(위대한 강)’이라 불렀다. 1534년 프랑스 탐험가 자크 카르티에가 이 강을 발견한 뒤, 유럽의 왕국들은 이곳에서 모피와 산림 자원을 채취하기 위한 전쟁을 벌인다. 인간의 무분별한 욕심은 세인트로렌스 강 주변의 자연을 훼손하고, 산업혁명기에 이르면 환경은 더없이 파괴된다. 그러나 유유히 흐르는 강의 생명력은 자연과 인간의 화해를 암시한다

“애니메이션에 유용한 가치가 깃들어 있으면 사람들은 그로부터 영향을 받는다.”고 얘기했던 우리 시대 최고의 애니메이션 작가이자 ‘예술 행동가’인 프레데릭 백. 그는 자신의 한쪽 눈을 실명하면서까지 철저하고 집요한 작가주의적 예술노동과 작품을 통해 우리들에게 인간과 환경에 대한 깊고 묵직한 주제를 보여주었다. 그리고 그것은 아마도 예술이 도달할 수 있는 진정한 최고의 경지일 것이다.

전 세계인으로부터 존경과 사랑을 받았던 프레데릭 백, 그는 2013년 89세를 일기로 타계하였다. 미국에서는 그의 전작을 담은 헌정 DVD < The Man who Planted Trees - Deluxe Edition >(2004)가 출시되었으며, 우리나라에서는 2007년 <프레데릭 백의 선물>이라는 타이틀로 그의 전 작품이 DVD로 출시되었다.





http://www.kmdb.or.kr/column/ani_recommend_view.asp?tbname=ani_recommend&seq=803







관련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