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4일(수)부터 9일(월)까지 서울 인사아트센터 3층에서는 <메타 키네시스 프로젝트(Meta Kinesis Project)>展이 개최된다.
<메타 키네시스>展은 과학기술정통부와 한국과학창의재단의 '2019년 과학융합콘텐츠 개발 지원 사업'으로 선정된 과학융합예술 전시회로서, 현대예술로서의 오토마타 및 키네틱 아트의 새로운 형식과 가능성을 실험하고 선보이는 전시이다.
<메타 키네시스>는 ‘운동성을 초월하다’라는 뜻으로, 20세기 현대 키네틱 아트의 거장 장 팅글리(Jean Tinguely)의 기계조각 작품 '메타 메틱(Meta Matic)' 연작으로부터 착안된 개념이다. 장 팅글리에게 있어서 기계는 '기계 그 다음의 세계'를 창조하는 원천(源泉)이라고 할 수 있다.
이번 <메타 키네시스>展은 자격루(自擊漏), 옥루(玉漏), 혼천시계(渾天時計), 거중기(擧重器), 죽안거마(竹鞍車馬), 거북선(龜船), 만석중놀이 등과 같은 우리나라의 독창적인 전통 과학기술과 오토마타의 역사, 그리고 전통 문화원형의 여러 가지 도상(圖像)을 테마로 하며, 이를 단순히 조형적으로 모사(模寫)하거나 복원(復元)하는 것을 넘어서, 새로운 양방형(兩方型) 상호작용 오토마타 및 설치 미술을 통해 관객과 함께 하는 가변성을 내포한 현대미술로 재해석하고자 하였다.
전승일 한선현 작가의 공동작 <사신(四神)을 만나다>는 우리나라 고대시대인 고구려 고분벽화에 등장하는 사신도(四神圖)를 운동하는 기계장치 오토마타로 표현한 작품으로, 사신도는 동서남북의 방위를 나타내고, 우주의 질서를 지키는 상징적인 동물인 청룡(靑龍), 백호(白虎), 주작(朱雀), 현무(玄武)를 그린 그림이다.
사신은 사수(四獸) 또는 사상(四象)이라고도 하는데, 이들은 우주의 방위와 함께 봄·여름·가을·겨울 4계절을 주관하고, 동양의 오행 철학 중에서 우주 만물을 운행하는 근본인 흙(土)과 함께 각각 나무(木)·금(金)·불(火)·물(水)을 상징하기도 한다.
크랭크 장치를 활용하여 움직이는 오토마타 <하늘의 배, 반야용선(般若龍船)>은 전승일 한선현 작가의 공동작으로 사바세계에서 깨달음의 세계인 피안(彼岸)의 극락정토로 망자를 인도하는 상상의 배, 반야용선을 표현한 작품으로 반야용선은 훗날 거북선의 원형이 되었으며 씻김굿, 별신굿, 오구굿 등 무속에서도 널리 사용되었다.
거중기의 도르래의 원리를 활용하여 중력과 장력에 의해 가변적으로 움직이는 <흔들흔들 죽안거마(竹鞍車馬)> 오토마타는 우리나라 전통 장례 행렬에 등장했던 거대한 말 인형을 테마로 한 작품이다. 죽안거마는 1910년 한일합병조약에 의해 우리나라가 주권을 상실하고 일본의 식민지로 전락하던 때, 비운의 대한제국 황제 고종(1919)과 순종(1926)의 장례 행렬에 실제로 등장하였고, 장지(葬地)에 도착한 후 불태워져 하늘로 올라갔다.
<하늘연꽃>은 고구려 고분벽화 속에 우주와 별자리와 함께 그려져 있는 연화화생(蓮花化生)의 의미를 담은 관객 직접 구동형 설치 미술 오토마타 작품이다. 일찍이 고대문명에서부터 연꽃은 창조, 부활, 재생의 의미를 가진 신성한 존재로 여겨졌다. <흔들흔들 죽안거마>와 <하늘연꽃>은 전승일 안광수 작가의 공동작이다.
이석연 작가의 작품 <거북아 놀자>는 여러 가지 고목재를 소재로 제작되었으며, 거북 형태의 조형물에 연결된 12개의 노가 크랭크와 링키지 메커니즘으로 움직이는 작품이다. <거북아 놀자>는 관객이 직접 구동하는 인터랙션 장치를 포함하고 있어 관객은 수동적 감상자가 아니라, 작품의 동력을 직접 형성하며, 작품을 ‘완성’하는 창작자의 일원으로 초대된다.
이석연 한선현 작가의 공동작인 <십이지신(十二支神) 오토마타>는 세종 16년(1434년) 장영실에 의해 만들어진 조선시대 과학기술의 금자탑이자, 천상(天象)의 물시계인 자격루의 시보(時報) 장치 부분에 배열되었던 인형 조형물인 십이지신 도상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여 유쾌한 시각적 운동감을 표현한 작품이다.
십이지신은 자(子), 축(丑), 인(寅), 묘(卯), 진(辰), 사(巳), 오(午), 미(未), 신(申), 유(酉), 술(戌), 해(亥)로, 방위와 관련된 시간의 신이다. 쥐, 소, 호랑이, 토끼, 용, 뱀, 말, 양, 원숭이, 닭, 개, 돼지 등의 12마리의 동물들로 상징된다.
우리나라에서 십이지신은 삼국통일 이전에 호국적인 성격을 지녔으며, 십이지의 조형적 표현은 고분벽화, 석탑, 석관 등 사용 범위가 매우 넓다. 통일신라시대 때는 동물의 머리를 가진 무인상(武人像) 및 방위신으로 표현되었다.
고려시대에는 머리에 동물의 관을 쓴 사람의 형태로 표현되기도 하였다. 조선시대에는 능묘 조각은 물론이고, 불화로서 십이지도무신장상(十二支跳舞神將像)이 유행하였으며, 현대에는 다양하고 귀여운 캐릭터로 디자인되어 널리 사용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