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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스트 필름> - 300편의 영화로 만들어진 단편 애니메이션

전승일_애니메이션/전승일_애니 컬럼

by 미메시스TV 2013. 11. 17. 2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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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상자료원 애니메이션 칼럼 원고 (2013. 11)



300편의 영화로 만들어진 단편 애니메이션, <패스트 필름>

영화의 역사에 바치는 애니메이션 오마쥬



전승일 (독립 애니메이션 감독)






<패스트 필름 Fast Film>

감독 : 피르길 비드리히(Virgil Widrich) / 14분 / 35mm / 2003 / 오스트리아



2003년 칸느 영화제 상영이후 지금까지 270여 곳의 영화제에서 상영되었고, 웁살라 국제단편영화제 그랑프리 등 36곳의 국제영화제에서 수상한 바 있는 독특한 실험 애니메이션 <패스트 필름>(Fast Film), 라이브액션과 애니메이션의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드는 이 기상천외한 애니메이션 <패스트 필름>은 오스트리아 출신의 피르길 비드리히(Virgil Widrich) 감독에 의해 2년에 걸친 작업을 통해 탄생하였다.


영화의 역사에 대한, 특히 액션영화에 대한 오마쥬(Hommage: 영화에서 존경의 표시로 다른 작품의 주요 장면이나 대사를 인용하는 것)라고 밝히고 있는 <패스트 필름>은 제작진이 1년여 동안 리서치한 2,000여 편의 영화 중 300편의 영화에서 작품에 필요한 장면을 골라내어 65,000 프레임의 사진으로 프린트한 후 이를 다시 정교하게 오려내고, 중층적으로 레이어를 나누고 다시 꼴라주하여 디지털 스틸 카메라로 촬영하여 제작되었다.


무성영화 시절의 작품부터 최근의 헐리우드 영화에 이르기까지 관객은 <패스트 필름>의 재조합된 공간과 비주얼 속에서 수많은 스타와 액션영화의 낯익은 명장면을 만나게 되는데, 스토리는 수많은 액션영화에서 공통적으로 읽을 수 있는 플롯, 즉 영웅으로서의 주인공이 난관을 극복하고 악당의 소굴로부터 아름다운 여인을 구출한다는 것이다. 제작진이 밝히고 있는 바와 같이 14분 동안 펼쳐지는 이 영화는 ‘빠른(fast) 영화’가 아니라 ‘대부분(almost)의 영화’인 것이다.





피르길 비드리히 감독은 2001년 아카데미 단편영화부문에 노미네이트 되었던 자신의 전작 <카피 숍 Copy Shop>을 제작하면서 받은 영감을 발전시켜 <패스트 필름>을 만들었는데, 그 결과 실사 이미지가 프린트된 페이퍼 오브젝트로 기묘하고 독특한 3차원의 공간을 창출하였다. 여기서의 3차원은 단순한 공간적 개념이 아니라 서로 다른 영화 속의 개별적이고 부분적인 이미지로 복잡하고 정교하게 짜여진 기실 어느 영화에도 존재하지 않는 새로운 영화적 공간을 의미한다. 이에 감독은 <패스트 필름>의 재구성된 공간과 비주얼을 위해 종이 찢기 이외에도 접기와 펼치기 기법도 적극 활용하였는데, 이를 위해 일본의 종이공예 아티스트의 도움을 받기도 했다.


또한 <패스트 필름> 제작진은 홈페이지를 통해 복사용지, 프린터(18개월 동안 8만장을 프린트해낸~), 가위, 톱, 디지털 카메라, 하드 디스크, 심지어 제작진이 페이퍼 오브제를 다루는 동안 사용한 핸드 크림까지도 <패스트 필름>의 제작에 사용된 도구라고 밝히는 재기발랄함을 보여주고 있다.


1967년생인 피르길 비드리히 감독은 일찍이 12살 때 선물로 받은 슈퍼 8미리 카메라로 단편영화 <My HomeLife>, <Fried Meat>를 만들었고, 13살에는 단편 애니메이션 <Color Can Dream>을, 17살 때는 112분 분량의 영화 <The Spirit of Time>을 만들었으니 가히 영상세대의 전범(典範)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피르길 비드리히 감독과 작품구입에 대한 좀더 자세한 정보는 홈페이지 Virgil Widrich Film (www.widrichfilm.com)에서 얻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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