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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절된 일상의 반복, <탱고>

전승일_애니메이션/전승일_애니 컬럼

by 미메시스TV 2014. 1. 21.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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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절된 일상의 반복, <탱고>

 

아날로그 시대의 경이적인 픽실레이션

 

 

 

<탱고 Tango>

감독 : 즈비뉴 립친스키(Zbigniew Rybczynski) / 8분 / 35mm / 1980 / 폴란드

 

 

한 아이가 공을 찾으러 방으로 들어온다. 곧이어 아이에게 젖을 물리는 아줌마, 검은 안경의 좀도둑, 술 취한 사내, 운동하는 남자, 기저귀 갈아주는 엄마, 급하게 성행위를 하는 남녀, 청소부, 전기수리공, 할머니 등으로 좁은 방은 가득 찬다. 이들은 끊임없이 방으로 들어오고 나가는 똑같은 행위를 반복한다.

 

마치 마술처럼 보이는 기묘한 영상이 프레임 속에서 펼쳐지는 <탱고>(1980)는 1983년 아카데미 최우수 단편 애니메이션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픽실레이션 기법의 대가인 즈비뉴 립친스키(Zbigniew Rybczynski) 감독은 이 작품의 표현과 이미지 합성을 위해 약 16,000장의 셀 매트에 직접 페인팅을 하였고, 수십만 번의 옵티컬 노출 공정을 거쳤다. 그 결과 하루 16시간씩 꼬박 7개월 동안의 필름과의 고군분투를 통해 탄생한 ‘조작된 필름’ <탱고>는 아날로그 영상시대의 실로 경이적인 픽실레이션 미학을 창조해냈다.

 

<탱고>는 뚜렷한 내러티브 없이 움직임과 음악만으로 표현된 실험 애니메이션이다. 단지 고정된 카메라 앞에서 서로 다른 일상 속의 사람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한 방에서 교차하며, 이를 단지 하나의 롱 테이크 쇼트로 보여준다. 완성된 필름은 라이브 액션의 각 프레임들을 철저하고 집요하게 분해하고 재조립한 것이며, 이로 인해 사진 이미지들로 영화가 구성되었지만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 재개념화된 공간이 창조되었다. 좁은 방 안에서 교차하는 사람들은 같은 공간에 있지만 서로 무관한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단절된 채 일상을 반복하는 소시민에 대한 알레고리이다.

 

1949년 폴란드에서 태어나 미술을 공부한 그는 로츠 영화학교를 수학하면서 만든 <Take Five>(1972)와 <Kwadrat>(1972)를 통해 특유의 픽실레이션, 옵티컬 프린팅, 이미지 합성 기법의 실험적인 애니메이션 작품활동을 시작하였다. 80년대에는 러쉬, 롤링 스톤즈, 슈퍼 트램프, 오노 요코, 알란 파슨즈 프로젝트, 척 맨지오니 등과 같은 뮤지션들의 뮤직 비디오 30여 편을 만들었으며, 그의 독창적인 뮤직 비디오로 인해 MTV로부터 특별공로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또한 그는 존 레논의 음악을 영상화하여 리오국제영화제 등에서 수상한 <이매진 Imagine>(1986), 에미상 특수효과상과 도쿄-몽트뢰 국제일렉트로닉영화제 그랑프리를 수상한 장편음악영화 <오케스트라 The Orchestra>(1990), 샌프란시스코영화제 등에서 수상한 실험장편 <카프카 Kafka>(1992) 등과 같이 HDTV 영화 분야에서도 선구자격의 작품을 제작하였다.

 

라이브 액션의 변형과 재구성으로 애니메이션의 영역을 무한대로 확장시키고 있는 혁신적인 영상미학의 거장 립친스키 감독. 그는 로츠 영화학교, 콜럼비아 대학, 쾰른 미디어아트학교 등에서 후학들을 가르치기도 하였으며, 현재 또 다른 새로운 프로젝트를 시작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놀라운 상상력과 실험적인 영상들로 가득 찬 그의 작품들은 <Media: Zbigniew Rybczynski - A Collection>, <Steps>, <The Orchestra>라는 타이틀로 발매되었으며 좀더 상세한 정보는 홈페이지 ZBIG VISION (www.zbigvision.com )에서 찾을 수 있다.

 

 

2006. 3 / 애니메이툰 6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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